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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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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_낮은음자리#02 진지한 은채를 본받아서 진지하고 의미없이 노트와 펜을 가지고 끄적였다. '손은 제 2의 뇌다.' 라고 하는 말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잠시 손을 움직이니까, 가장 힘든 시간이라 할만한 것들이 흰 도화지에 서로 다른 물감을 칠하듯이 하나씩 하나씩 떠올랐다. 그것은 25살 때가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부끄러운 기억들이었다. 내 머리 속은 서로 다른 기억이 엉켜있었다. 그래서인지 아픈 손만큼 뇌도 아픈지, 좀 많이 졸렸고 내 앞에 은채는 벌써 쿨쿨 자고 있다. 사실 진짜 지금이 힘들기도 하다. 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그것은 25살 때 영향일 수도 있고, 15살 때 영향일 수도 있고, 5살 때, 5개월 때, 엄마 뱃속에서 등등의 영향일 수도 있다. 그냥 그렇게 ..
001_낮은 음자리#01 "자긴 가장 힘들 때가 언제였어요?" 하고 은채가 먹다 남은 치즈케이크를 포크로 쿡쿡 누르면서 말했다. 은채가 에어컨이 없는 내 방에서 우연히 같이 살게 된지 3일 째였고, 올해 여름은 기록적으로 폭염이 지속되었다. 은채와 나는 피서와 피난을 겸해 커피숍 중앙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이 중앙 자리에 2일 째 연속으로 앉아 있었고, 난 해가 적게 들고 바람은 은은한 이 자리가 맘에 들었다. 나는 곤란하거나 어렵거나 조금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질문을 받으면, 혹은 그렇지 않을 때라도 빠르게 농담으로 받아서 대답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은채는 농담으로 대답하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난 안 들리는 척하고 전의 했던 질문을 필사적으로 생각하곤 했다. 난 은채를 좋아했고, 내가 ..
0.작은 이야기=소설 이곳은 틈틈히 진지하게 소설을 쓰려고 만든 공간입니다. 아무쪼록 너그럽게 무클릭으로 통과하시길 바랍니다.